이야기들 모음/나의 이야기

교정 일기2

sams51 2014. 2. 18. 22:42

교정일기2

2007.6

눈앞의 산, 그 너머 산,

또 훌쩍 먼 산이 주름 잡혀 겹겹으로 감싸고 있는 깊은 골 왕방산에,

 

오디를 혀가 보랏빛이 되도록 따먹고도 남아서 오디주를 담갔지요.

보리수 빨간 열매를 따서 우리 딸아이에게 먹이며

볼이 빨간 예쁜 외손녀를 낳아달라고 했지요.

 

키 넘게 자란 옥수수가 곧 여린 수염을 달았습니다.

방울토마토는 파란 방울이 조랑조랑 매달려 있고,

여러 그루의 매디 호박은 거름이 실해서

넝쿨이 달리기 내기하듯 뻗어나갑니다.

 

교정 텃밭에서 빗물에 살아난 상추와 매콤한 겨자 잎을 뜯어

충청도식 강된장을 맛나게 끓여 얹어서 먹으면

부러울 게 뭐 있겠어요.

 

호박잎을 쪄서 강된장을 얹어 싸먹는 맛은 일품이지요.

쑥갓과 상추를 금방 따서 목젖이 보이도록

우겨넣는 모습은 촌로(村老)가 다된 나의 모습이지요.

 

대롱대롱 힘겹게 매달린 싱싱한 오이고추는 달고 매콤하고,

밭에 가보니 오이 몇 개가 그동안 쇠어서 늘어져 있는 옆에는,

진보랏빛 가지가 조그맣게 매달려 있는 게 그렇게 예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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