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들 모음/나의 이야기

담임 이야기

sams51 2014. 2. 18. 23:00

담임 이야기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그러고 보면, 나와 우리 반 친구들과는 보통 인연은 아닌가 보다.

 

우리 반처럼 "자기 표현력"이 뛰어난 얘들도 보기 드물다.

조회, 종례 시간이고, 수업시간이고 참 생각이 많고 의견이 많다.

담임인 내 대신 훈화를 다 하고.

마흔 여섯 마리의 병아리들이 동시에 삐약 거리면 보통 인내력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그리고 凡人들은 도저히 모방할 수 없는 "요가" 포즈를 취하고 있는 얘들.

반듯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더 보기 좋은데.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의리의 사나이들"

입원한 친구를 위해, PC방에 홀로 남아 있는 친구를 위해 동지애를 발휘하는 친구들.

교실에 남아 있는 친구들에 대한 의리도 지켜주면 어떨까?

그리고 이젠 슬슬 미래를 위해 자기 자신을 추슬러야 할 때가 아닐까?

 

나름대로 꿈과 포부를 갖고 시작한 교직이다.

시대가 변하고, 애들도 변했다지만, 난 아직도 우리 얘들에게서 따스함을 느낀다.

물론, 이론과 현실의 괴리감에 머리를 싸매기도 하고, 꽁꽁 닫고 있는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애를 태울 때도 많지만, 서로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이 있는 한 미래는 밝지 않을까?

 

아직은 옛것을 그리워할 나이는 아니건만, 내가 우리 얘들에게 바라고 싶은 점은 그런 정을 나눠 받고 싶은 것이 아닐까?

새우깡 한 봉지에 열 명이 달려들어 깔깔대며 먹는 모습, 친구가 청소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 어색하지만 큰 소리로 "사요오나라"라고 인사하는 모습...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기골장대한 우리 얘들을 보고 "예쁘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지킬 건 지키자"

난 이 약속을 얘들이 꼭 지켜줄 거라고 믿는다.

"꿈과 사랑과 대화가 있는 교실"

바로 여기가 2학년 2반이다.

늘 뾰루퉁한 예쁜 소영, 인상파 경민, 깡구 형민, 폼생폼사 본욱, 남호야 너는 까만 머리가 더 멋지단다.

빠삐용 후예 대연, 범석이가 요즘 선생님을 감동시키네,

수다쟁이 성진, 기타리스트 성원, 거울만 보는 용호, 눈웃음으로 만사 OK하려는 용훈, 인수야 이젠 Come Back Home and School? 재시카 재식, 결코 점잖지 않은 주경,

아침마다 지각생을 체크해 주는 지성, 껌맨(Gum Man) 창록, 그래도 오토바이가 좋다는 태정, 엑셀을 잘하는 태중, 샅바 삼우열, 영구 영석, 은기야 요즘도 피곤하니? 게임맨 명호, 배추 성민, 보쳉 영만, 지호의 실내화 신은 모습은 언제 볼 수 있을까, 담임 앞에서는 늘 멋지게 인사하는 현규, 수동 팀의 빠질 수 없는 멤버 태현, 우슈의 황제 경석, 서무실 무길, 통학버스에 목숨을 거는 성민, 무쇠주먹 성혁, 웃는 모습이 귀여운 갑열, 50분맨 민우, 종열, 운우야 RCY서클실에 맛있는 거 숨겨뒀니?

건우야, 건국이는 잘 크니? 골프만 좋아하는 동현, 펜글씨를 잘 쓰는 성곤, 왕방울 영규, 철이 있는 영철, 현철이는 정말 합기도를 잘 할까? 매일 "끝내줘요" 칭얼대는 낙용, 침묵의 터프가이 영민, 서세원보다 인기 많은 종찬, 골프도 좋아하는 민제...

우리 2학년 2반의 악동이들!

요 녀석들이 있어 난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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