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운동장 모서리에 우람하게 선 느티나무.
그동안 온갖 새들을 불러 모아 고운 재잘거림을 아우르다
기어오르는 개미에 간지럼증으로 솨~르르 몸을 틀고,
산계곡의 구비구비섶을 훓고 後里 높은 嶺을 넘어가기 전
느티잎새에서 쉼질을 하려 잠시 감겨 얹혀 햇살과 ..
가끔은 느닷없는 소나기와 분탕질을 하다
정없이 훌쩍 달아난 바람에게서 떨궈진 갈피 없는 뒷담을 끝없이...
숱하게 엮어놓은 이야기는
어제 갈잎에 묶어 아쉼없이 바람에 들려보내고,
오늘은 내년 봄에 만날 어린 새식구를 가지 깊이 보듬어 품었지.
나무밑 쉼의자에 앉아
부산하게...그러다 도란도란 나누는 아이들의 모습도 곧 칼바람에 쫓겨 교실로 사라지고
텅 빈 운동장에 휑뎅그렁 서서 겨우내 저며 댈 동장군에 맞서려면,
시리도록 푸른 천공 속에 펼치고 있는 푸짐한 은행나무 황금빛 잔치와 애기단풍의 선홍빛 손짓에,
어질하도록 취하며
절대 외로움을 모를 곁의 친구 전나무들과 입김을 나눠야 한다.
마지막 배추포기가 뽑혀 김장독에 담기고,
기~인 긴 동지섣달 추운 밤에
<그립다는 느낌은 축복>이라는데
깊이 묻어 절대 펴보지 않은 <그 사람>을 그리워해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