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s51 2009. 3. 2. 22:50

雨煙이 산허리까지 자욱하게 실려있는 왕방산자락 송우리마을.

 

물을 먹어 한결 싱싱한 짙푸른 계곡을 내려다보며 구비구비 고갯길을 달리다 보면,

좀전에 빠져나온 질주하는 道心을 말끔히 벗어내고 송우리주민이 되어 교문을 들어섭니다.

 

오디를 혀가 보랏빛이 되도록 따먹고도 남아서 오디주를 담갔습니다.

보리수 빨간 열매를 따서 우리 딸아이에게 먹이며 볼이 빨간 예쁜 외손녀를 낳아달라고 했지요.

 

키넘게 자린 옥수수가 여린 수염을 달았습니다.

토마토는 파란 방울이 조랑조랑 매달려 있고,

여러그루의 방석호박은 거름이 실해서 넝쿨이 달리기 내기하듯 뻗어나갑니다.

 

호박잎을 쪄서 강된장을 얹어 싸먹는 맛은 일품이지요.

쑥갓과 상추를 금방 따서 목젖이 보이도록 우겨넣는 모습은 촌부가 다된 나의 모습이지요.

싱싱한 고추가 달고 매콤해서 어쩌지요?

 

연수를 마치고 밭에 가보니 첫 오이 한 개가 그동안 쇠어서,

고추장에 참기름 부어 밥을 비벼 깻잎에 싸서먹으니 밥도둑이더라구요.        

진보랏빛 가지가 조그맣게 매달려 있는 게 그렇게 예쁠수가 없습니다.


세상 근심 부려놓고 하루를 보내고 있는 이곳이 좋아서,

 여기에 터를 잡고 젊은 날 꿈꿨던

'흙밭에서 살리라'를 현실로 옮기고 싶은데

 

'아~ 내가 너무 나이가 많아져서' 엄두가 나질 않네요.


나에게 말년에 이런 꿈결같은 세월을 덥석 안겨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착하게 살아가는 마음을 공부하고 있습니다.